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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

평양냉면과 우래옥

by 흑범고래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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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의 최고온도가 30도가 처음으로 넘었다. 아직 저녁에는 선선해지지만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의 무더운 열기를 식히는 음식은 누가 뭐라 해도 냉면이다. 그중에 평양냉면은 자극적이지 않고 시원한 육수를 쭈욱 들이킬 수 있기에 더위를 식히는데 최고의 해결사이다.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이 찾아왔으니 뭔가 알고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평양냉면

2022년 11월 30일은 평양냉면의 역사에 있어서 기념할만한 날이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평양냉면이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유의 음식인 평양냉면은 평안도 지역 냉면과 그것에서 유래한 대한민국 냉면의 일종이다. 

 

언제부터일까?

평양냉면의 역사는 조선 중 후기에 생성된 문헌에서 찾을 수 있으며, 고려 초기에서 중기 때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고려의 건국이 918년이니 평양냉면의 역사만 약 1,000년 된 것이다. 평양냉면은 원래 겨울에 먹는 음식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평양냉면 음식점 사장들이 겨울장사 하려고 만들어 낸 줄 알았으나 거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평양냉면이 겨울음식?

평양냉면의 주 재료는 메밀이다. 메밀은 평안도 일대에서 가장 흔한 작물이었고 수확 시기는 늦가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이다. 옛날에 저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평양뿐만 아니라 황해도, 강원도 등 까지 그 시기에 국수를 만들어 먹는 것이 발달하였다. 강원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막국수가 유명하고 그 재료 역시 메밀이다. 1849년 <동국세시기>에는 '냉면은 겨울 계절음식으로 평양이 으뜸'이라 하였다. 여름에도 냉면을 즐기게 된 것은 1910년 전후하여 냉장고 문화가 도입되면서 여름에도 물을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이란?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찬 국물을 부어 만든 평양의 향토 음식이다. 동치미 국물을 쓰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평양냉면집들은 대부분 고기를 넣고 끓인 육수를 사용하거나 동치미 국물을 섞기도 한다. 대부분 한국에서 먹은 평양냉면의 경우 공통적으로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밍밍한데 깊은 맛을 내기 때문에 물처럼 마셔도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남북교류가 시작되면서 2000년 이 지나 평양의 옥류관을 방문한 방송에서 맛간장과 식초 그리고 양념장이 등장해 평양냉면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평양의 경우 시대의 변화에 맞춰 냉면의 맛이 변해갔을 확률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평양냉면은 옛날 평양냉면 혹은 남한식 평양냉면이라고 할 수 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

좌측 더진미평양냉면, 우측 오장동 흥남집

한국에서 냉면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크게 나뉜다. 물론 옥천냉면도 있고 다른 냉면도 있지만 자주 접하는 것은 평양냉면 혹은 함흥냉면이다.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단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면의 재료가 다르다. 평양은 메밀밭이 많았고 함흥지역은 개마고원에서 생산된 감자를 사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함흥냉면의 주재료는 고구마 함량이 높거나 대부분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설득력이 있는 것은 개마고원 감자를 남한의 감자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면위에 다른 점은 양념이다. 함흥냉면은 평양냉면과 비교하면 자극적이고 매운 편이다. 함흥냉면은 육수가 적거나 없다. 북한의 회국수라고 부르던 음식이라 흥남집에서는 회와 매운 양념장을 넣어준다.

 

 

더진미평양냉면(좌), 을지냉면(중), 마포 을밀대냉면(우)

탈북민들의 전통 평양냉면의 맛을 지키고 있는 음식점은 여러 곳이 있지만 대표적인 곳을 몇 개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필동면옥, 우래옥, 을밀대, 평양면옥 등이다. 이렇게 유명한 평양냉면들이 있지만 우래옥이 최고의 매출을 찍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우래옥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다루려 한다.

 

 

우래옥(又來屋)

우래옥의 의미를 한문 그대로 설명하자면 又(또 우), 來(올 래), 屋(집 옥)  "다시 찾아온 집"이다. 1946년 창업했을 때에는 "서북관"이었으나 6.25 때 닫았다가 휴전하면서 다시 개업하여 다시 돌아온 집의 의미를 가진 우래옥이 되었다고 한다. 불고기와 양념갈비구이 그리고 평양냉면이 대표적인데 냉면값은 항상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3년은 한 그릇에 16,000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냉면은 평양식인데 불고기의 경우 서울식이며 불판 구이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중구 창경궁로 62-29

 

화~일 11:30-21:00 

 

02-2265-0151

 

발렛파킹과 포장 가능

 

을지로 4가역에서 골목으로 들어오면 보이는 우래옥의 전경이다. 방문했던 시간은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앞에 2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특이한 점은 브레이크 타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주 52시간이 시행되었는데도 사람을 많이 뽑아서인지 쉬는 시간이 없다.

 

비싼 땅값일텐데 주차장을 크게 확보하고 있어 주차가 가능하다.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 모범음식점 등 온갖 기관에서 인증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냉면은 한국의 대표적인 고유 음식이며, 우래옥은 그중에서도 톱클래스이기 때문에 올 때마다 항상 설렌다. 또한 대기 번호가 식사 시간이 아닌 3시에 방문했는데도 20팀이 있다는 게 뭔가 대단한 곳에 왔다는 느낌을 준다.

 

우래옥의 대표적인 메뉴들. 가격이 사악한 편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이 찾는다. 평양냉면 16,000원 경우 우리나라 톱클래스는 확실하다.

 

 

모든 음식들은 국내산이고 한우를 쓴다. 서울특별지정 전통음식점, 미슐랭 2023, 서울미래유산까지 우래옥은 다른 클래스를 보여준다. 서울미래유산이 그 중에서도 확 와닫는게 이날 방문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외국인이었다.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사람들이 많아서 실내를 자세히는 못찍었지만, 넓은 편으로 1층만 100석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2층은 오픈하지 않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직원이 모자라거나 사람들이 웨이팅을 해서라도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운영측면이 있다.

 

사실 3시 넘어서 방문했기 때문에 식사를 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근처에 미팅이 있어서 왔는데 우래옥을 지나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냉면만 두 그릇을 시켰다.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소고기만을 사용하는 깊은 육수 맛이다. 일반 평양냉면에서 맛볼 수 있는 동치미 국물 혹은 꿩 육수가 아니다. 예전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육수 레시피를 밝힌 적이 있는데 물 100L, 양지와 사태살 42Kg, 소금 2.3kg과 삼화 맑은 국간장 4L로 구성된다고 한다. 소금과 간장을 둘 다 쓰는 것을 보면 밍간이 약한 편은 아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오픈 초기에서는 동치미도 섞었으나 육수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어 영업정지를 당한 후 동치미를 뺐다고 한다. 그리고 돼지고기도 섞었으나 이제는 섞지 않고 한우로만 육수를 만든다.

 

특이한 점은 삶은 계란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 우래옥에 갔을 적에는 가격이 제일 비싼데도 불구하고 삶은 계란이 없어서 황당했었다. 전이나 만두같이 가볍게 같이 즐길 수 있는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없다. 냉면과 불고기로 승부하는 곳이다. 그리고 김치와 배가 올려져서 나오는데 배의 살짝 단맛이 너무 냉면과 너무 잘 어울린다.

 

이것은 예전에 먹었던 우래옥의 불고기이다. 아쉽게도 먹다가 찍은 사진이지만 불고기와 잘 어울린다. 

 

이것은 우래옥의 온면이다. 따끈한 갈비탕 국물인데 겨울메뉴라 그런지 이날 메뉴에는 보이지 않았다.

 

 

평양냉면은 이렇게 비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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